2023년 12월 6일 수요일

기본(기초)의 중요성

 오래전 곰브리치 선생님의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읽고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개인적으로 피카소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의 그림 전면에 드러나는 추상적 느낌 때문이다. 추상화하고는 그다지 친하지 않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 피카소의 그림을 싫어하던 나는 생각했다. '와, 저렇게 그리고는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니, 세상에나!' 책에서 그의 젊은 시절 연필로 그린 그림을 보고서 그제야 생각을 고쳐먹었다. 노인을 그린 스케치. 세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인의 모습을 자세한 모습으로 표현한 그림이었다. 피카소의 추상화는 그냥 막 그려서 대충 만들어낸 게 아니었다. 살짝 부끄러웠다. 내가 오해한 거구나. 그런데, 난 여전히 피카소의 그림에 별로 감흥이 없다. 못 말리는 개인의 취향이다.

 그 이후로 미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노력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모든 일에 기본 혹은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기본(기초)의 중요성. 마음에 새겼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뎌진 게 분명하다. 나는 요즘 시 쓰는 걸 배우는 수업을 듣고 있다. 습작 시 합평 이후 그 중요성이 내 마음에서 얼마나 약해졌는지 새삼 깨달았다. 온갖 화려한 수식어, 비유, 어려운 단어 등을 자신만의 감흥에 젖어 씨불이는 꼴이라니. 이번에는 제법 부끄러웠다. 내가 잘못한 거구나.

 시 수업을 듣다 보니, 어느 때보다 시를 더 읽고, 감상하고, 쓰고 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나름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즐거워하는 나를 발견. 나는 내가 이 정도로 시를 좋아하는지 몰랐구나. 공부 교재에서도 기본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감정에 취한 시,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시, 과다한 비유를 향한 집착 등을 딱 꼬집어 말해주는 게 아닌가. 합평에 제출한 시가 더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마음에 새기자. 기본이 먼저이며 가장 중요하다. 멋지고 싶으면 그다음에 생각하자.

- 김군

[당연한 이야기지만 별 볼 일 없는 글이라도 무단 복사 및 사용은 옳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김군에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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