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8일 목요일

오늘은 나지만, 내일은 당신입니다 / 시 (습작)


  나만 믿어 지난 주 월요일에 나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무표정한 공무원 두어 명 들어와 집에 빨간 표식을 남기고 간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니 오지 않는 얼굴 바라보며 슬픔을 쏟아내는 어머니 텅 빈 배를 부여잡는 어리둥절 동생 나는 학교 식당도 비싸 백원 들고 커피 자판기 앞을 서성인다 프리미엄이 더 맛있어 내 망설임은 디저트를 고민하는 예능인 표정이 되고 죄송합니다 모레까지는 빼주셔야 합니다 한 줄짜리 저녁 뉴스가 된 우리 가족 빨간 딱지가 내 이마를 간질인다 그날 밤, 얼굴만 천장을 바라본다

Ⓒ김군

* 시 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쓴 습작 시입니다. 합평 시간 후 한번 더 퇴고한 상태입니다.
 블로그 입력 특성 상 시의 원래 모양에서 약간 어긋나 있다는 점 알립니다.

* 비록 습작이지만, 이 시는 김군의 창작물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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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신날 (산문) - 주제: 돌봄


 작년 성탄절은 유난히 추웠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틀 후 27일도 몸이 와들와들하기에 충분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2023년, 그리고 오늘(12/27)은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신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생신날이 너무 춥지 않은 것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땠는지는 이 글에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아버지가 루이소체 치매라는 병을 앓았고, 마지막 3년여 동안 그를 돌보는 데에 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는 거다. 루이소체 치매는 우리가 흔히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와는 다소 다른 증상을 보인다. 몇몇 증상을 말해보자면 이렇다. 소화 기능은 떨어지고 특히 삼킴(swallowing) 장애와 배변 장애로 고생한다. 또 근거 없이 의심하거나, 폭력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섬망 증상으로 헛것도 보이는 데 이 헛것이 아버지한테는 현실이었다. 배회하려는 성향도 생겨 어디를 못 나가게 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움직임이 점점 둔해지는 병이지만, 여전히 움직일 수 있어서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무엇보다 루이소체 치매 환자는 기억력이 나빠지기는 해도, 가족의 얼굴이나 익숙한 몇몇 정보는 잘 기억한다. 즉, 내 아버지 같은 극 내향인은 가족 이외의 사람이 자신을 돌보는 걸 끔찍이도 싫어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1년 전 즈음, 몸을 움직이지 못하셨다. 배회의 걱정은 덜었지만, 돌보는 데에 필요한 일상적인 일이 많이 늘었다. 아버지는 어느 정도 확실한 의사 표현이 가능한 아기였다. 이때 노인용 기저귀가 나름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고, 어디 회사의 제품이 좋다거나 가성비가 가장 좋은 약국 혹은 마트는 어디에 있다거나 하는 등의 정보에 익숙해졌다.


 ‘돌봄’이 자기 현실의 일부 혹은 전부가 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먹는 것, 자는 것, 버는 것, 쓰는 것, 즉, 생활 전반이 ‘내'가 아닌 ‘그 혹은 그녀'에게 집중된다. 육체적, 신체적 피로 그리고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 등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돌봄'은 사회적 현실 이전에 한 개인의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이다. 나 역시 이런 일은 내게 멀리 있는 일인 줄로만 여겼다. 그런데 불청객처럼 찾아와 내 삶과 일상을 확 바꾸어 놓고는, 작년에 이르러 스르륵 사라졌다. 허둥대기도 하고 필사적으로 노력도 했던 시간.


 내 2권의 독립출판 번역 시집은 작년에 아버지를 돌보면서 일궈낸 책이다. 무엇이었을까, 그토록 치열하게 번역하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들 수 있던 건? 2023년은 뭔가 하는 일 없이 바쁜 기분으로 살았던 거 같다. 나는 치열하게 살지 않았던 걸까? 아무튼, 중요한 건 지금이고 다음이다. 2024년에는 나 자신도 돌보고 더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김군


*이 산문은 김군의 창작물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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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8일 금요일

Different person, different preference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취향도 다르다.
 사실 취향에는 많은 요소가 들어 있다. 따라서 취향은 어쩌면 한 사람의 삶과 그것을 이루는 복잡다단한 부분이 조합된 결과물이다. 성격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책도 그렇다. 보라, 많은 이가 베스트셀러에 열광할 때 흥칫뿡을 날리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사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먹으면서 그저 흥칫뿡만 날릴 뿐, 그 많은  이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이유가 뭐가 되었든 그들은 그 책을 선택했고, 거기서 무언가를 얻었다고 봐야 하니까.

 문학을 좋아하는 나와 문학을 좋아하는 다른 이는 취향이 비슷할 수도 다를 수도 있다. 취향이 확고해서, 피곤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나는 그렇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 피곤함은 여러 감정 상태를 의미할 수 있다. 예를들어, 나는 책을 좋아하고 많이 구입하는 이들에게 인기있는 작가의 작품에 전혀 감흥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는데, 누군가는 나를 희한한 인간으로 바라보기도 하는 것이다. 요즘은 의의로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늘어 이런 피곤함을 조금은 덜었다. 아, 기쁘다.

 솔직히 나는 한국 소설과 시를 많이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이다. 주로 프랑스 문학과 영미 문학을 즐겨 읽는 사람이다. 한때 괴테에 빠지기도 했다. 아무튼 조금 과장을 하자면 세계 문학 쪽에 눈이 더 가는 유형이다. 거의 4년이 다 되어가는 귀국 후, 한국 소설과 시를 나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이 취향의 문제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기있는 작가'의 소설과 시를 읽고 나서 나는 물었다. '왜?' 전혀 감흥이 없던 작품에서 '아, 이런 걸 요즘 독자는 좋아하는 구나'의 가르침은 얻었다. 심지어 명망 있는 작가의 추천작 혹은 화제작을 읽고도 그런 '왜?'는 종종 피어 오른다.

 요즘 시 수업을 듣다 보니, 한국 시에서 느끼는 그런 '왜?'를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10여 년 전후의 시인의 시를 '초현대'(대략 1950 ~90 년대를 '현대'라고 가정한 상대적 의미로)라고 할 때, 그들의 시를 읽으면서 나의 '왜?'는 더 커졌다. 나는 언어가 가진 미적 감각에 이렇게도 둔한 걸까? 물론 그중에서도 무릎을 탁 치면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들도 많다. 그러나 나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으니, 이는 '취향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내가 '왜?'를 품는다고 해서 그런 시들이 나쁘다거나 수준이 낮다거나 그런 말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잘 나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다른 글에서도 밝혔지만, 난 심지어 엉망진창 운문을 쓰고는 시라고 부르기도 하는 사람이다. 하하!

 나름 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조금씩 '왜?'에 관한 답안을 작성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완전한 대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요즘 작가와 독자에 관한 이해, 나아가 '요즘 취향'에 관한 이해가 늘어나길 바란다.


 - 김군

 [별 볼 일 없는 글도 무단 도용은 금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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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7일 목요일

부끄러움은 나의 몫

 타고난 재능이 아니고서야 그냥 막 써도 작품이 되는 일은 당연히 없다.

 '배우는 데는 나이가 없고, 체면이 없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이 쓰리다. 
 
 노래 가사 마냥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엉망진창 습작을 애써 애둘러 이야기한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다. 그런 싸불인 시들을 어딘가에 응모한다고 했으니,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따위를 응모한다고? 시, ㅅ도 모르는 거 같은데?' 정도가 아닐까. 아무튼, 나름 쎈 피드백을 받았고, 이 피드백을 받을 즈음 사실 난 예상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바로 '앗차' 싶었으니까.
 
 자, 다시 시작하자.

 - 김군

 [별 볼 일 없는 글도 무단 도용은 금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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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6일 수요일

기본(기초)의 중요성

 오래전 곰브리치 선생님의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읽고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개인적으로 피카소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의 그림 전면에 드러나는 추상적 느낌 때문이다. 추상화하고는 그다지 친하지 않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 피카소의 그림을 싫어하던 나는 생각했다. '와, 저렇게 그리고는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니, 세상에나!' 책에서 그의 젊은 시절 연필로 그린 그림을 보고서 그제야 생각을 고쳐먹었다. 노인을 그린 스케치. 세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인의 모습을 자세한 모습으로 표현한 그림이었다. 피카소의 추상화는 그냥 막 그려서 대충 만들어낸 게 아니었다. 살짝 부끄러웠다. 내가 오해한 거구나. 그런데, 난 여전히 피카소의 그림에 별로 감흥이 없다. 못 말리는 개인의 취향이다.

 그 이후로 미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노력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모든 일에 기본 혹은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기본(기초)의 중요성. 마음에 새겼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뎌진 게 분명하다. 나는 요즘 시 쓰는 걸 배우는 수업을 듣고 있다. 습작 시 합평 이후 그 중요성이 내 마음에서 얼마나 약해졌는지 새삼 깨달았다. 온갖 화려한 수식어, 비유, 어려운 단어 등을 자신만의 감흥에 젖어 씨불이는 꼴이라니. 이번에는 제법 부끄러웠다. 내가 잘못한 거구나.

 시 수업을 듣다 보니, 어느 때보다 시를 더 읽고, 감상하고, 쓰고 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나름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즐거워하는 나를 발견. 나는 내가 이 정도로 시를 좋아하는지 몰랐구나. 공부 교재에서도 기본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감정에 취한 시,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시, 과다한 비유를 향한 집착 등을 딱 꼬집어 말해주는 게 아닌가. 합평에 제출한 시가 더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마음에 새기자. 기본이 먼저이며 가장 중요하다. 멋지고 싶으면 그다음에 생각하자.

- 김군

[당연한 이야기지만 별 볼 일 없는 글이라도 무단 복사 및 사용은 옳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김군에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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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 Case / 시 (습작)

   연기가 피어오르는 파이프 파이프를 문채 굳게 닫은 입술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불가해적 언어 언어는 말이 되지 않는다 말이 되지 않지만 소리가 된다 소리가 된 꿈이 흘러간다 흐르는 꿈은 연기와 천천히 천천히 사라지는 단서 쓰다만 펜에서 흐르는 잉크 ...